화사랑의 사진 이야기
고구마 순 김치 본문
"뒤뜰에 고구마 줄거리 따다 놓았어!라고 남편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잘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장마통에 열무가 다 녹아서
김칫거리 마땅치 않았는데 고구마 순으로 김치 하면 되겠네요"라고 하면서
반색을 했습니다.
아니, 이 냥반이 고구마 줄거리를 한 수레나 따다 놓았네.
나도 손이 크지만 이 냥반도 손이 너무 크당께.ㅎㅎ
혼자서 중얼거리며 고구마 줄거리 앞에 섰습니다.
이렇게 한 수레나 따다 안겨 주면 나더러 어쩌라고?
아무리 내가 일을 즐긴다고 해도 이건 양이 너무 많잖아.
라고 하면서 구시렁댔지요.ㅎㅎㅎ
마음속에서 불평이 아지랑이처럼 솔솔 피어오르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고구마 줄거리가 많다고 불평을 하느냐고?
이렇게 건강한 먹거리가 주어졌는데 감사하게 생각은 안 하고 불평을 하다니...........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불평하는 제 자신을 다독거렸지요.
요즘 같은 때 시장 가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텃밭에서 이렇게 싱싱하고 건강한 먹거리 거두어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불평을 하다니................................
반성을 하고 고구마 줄거리 다듬기에 돌입했습니다.
어차피 고구마 굵기를 크게 키우려면 고구마 순을
적당하게 제거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고구마 순이 선물처럼 생기지요.
뒤뜰 시원한 곳에 앉아 고구마 줄거리에서 순을 먼저 따야 했지요.
그런데 불평하던 제 마음을 알았는지 막바지로 피어난 루드베키아가
저에게 위로의 미소를 보내는 것 같더군요.
고구마 줄기에서 잎을 떼어내고 순만 따로 정리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하지만 코로나와 무더위로 뒤숭숭하기만 한 이때에
무념무상으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군요.
혼자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단순작업에 몰두하니
이 또한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더군요.
심심할까 봐 매미가 와서 힘차게 울어주고
새들이 찾아와 밝은 노래 들려주니 혼자 놀기 딱 좋은 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작업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저는 고구마 순 김치 담글 때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겨 냅니다.
고구마 순, 시래기, 머위 등은 껍질의 섬유질이 질겨서
꼭 벗겨내야 연한 맛을 누릴 수 있지요.
이렇게 많은 양의 고구마 순 껍질을 벗겨내는 일이 4시간 걸렸으니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요.
저 혼자가 아니라 남편이 도와주었는데도 4시간 소요되었으니
고구마 순 김치 먹는 게 쉽지 않더군요.
고구만 순 따내는 일 2시간
고구마 껍질 벗겨내는 일 4시간 이었으니
하루종일 작업했다고 보아야 겠지요? ㅎㅎㅎ
텃밭에서 따온 단호박 쪄서 밀가루 풀 대신 사용했습니다.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서 찜기에 찐 다음 곱게 으깨고
양파 갈아 넣고, 홍고추 갈아 넣고, 산야초 발효음료, 멸치액젓, 고춧가루, 마늘 넣어서
골고루 버무리니 아삭한 고구만 순 김치가 탄생되더군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간 만큼
만족한 맛을 내어주니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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