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랑의 사진 이야기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본문
제주도 여행 둘째 날 3월 21일 아침
비가 내리더군요.
비가 내린다고 숙소에 머무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비오는 날 감성사진 담기
딱 좋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갔습니다.
제주도의 김영갑 갤러리는 사진 하는 사람들에겐
성지나 마찬가지이지요.
비가 오는 덕분에 성지순례 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는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며 제주도를 사랑했던
사람이었지요.
서울에 살던 그가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다가 제주에 매혹되어 1985년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바닷가, 중산간, 한라산, 마라도 등 섬 곳곳에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사진들을 위한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폐교를 구입해 초석을 다질 무렵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고 하네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답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답니다.
투병 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故 김영갑 사진작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제주도를 너무나 사랑하여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고 합니다.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김영갑 작가이었지요.
김영갑 갤러리 에는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갤러리에서 작가가 그렇게 열정을 기울여
담아낸 제주도 풍경 사진들 감상을 하고
밖으로 나가 우중출사를 하였습니다.
작가가 루게릭 병에 걸려서도 폐교를 이용해
갤러리를 완성하고 갤러리 밖도 감성 있게
꾸며 놓아서 비 오는 날 감성 사진 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사진을 하기 전에는 제주도 여행을 오면
관광 위주로 여행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비가 오나,흐리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담을 수 있었으니 제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 돌하르방은 김영갑 작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듯했습니다.
마침 벚꽃 잎이 떨어져 낭만을 더하니
비 오는 날의 우중출사가 마냥 신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갤러리에는 김영갑 작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항상 똑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작품이 바뀌어서 전시된다고 합니다
폐교를 이용한 갤러리인데 안팎이 모두 예술감성이
가득 담겨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아~~~
동백꽃 이여!
어찌 우리가 갤러리 두모악에 와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단 말인가?라고
탄성을 지를 정도로 동백꽃이
땅에 떨어져 비 오는 날의 낭만을
더해주었습니다.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번 피고
땅에 떨어져서 두 번 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니
땅에 떨어져도 본연의 절절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고결함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일행들이 김영갑 작가의 작품들에 매료되고
갤러리 밖에선 땅에 떨어진 동백에 반해서
우산을 받쳐 들고도 불편함을 모른 채 카메라에 담는데 몰두했습니다.
비가 내려도 이렇게 멋진 갤러리에 와서
사진에 몰두하며 동백꽃 사랑에 빠질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ㅎ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그가 남긴 유작들을 감상하는
영광된 시간을 보내고 또한 갤러리 밖에서 우중출사를 하며
몰두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알토란 같이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일행 중에 사진작가님이 계셨는데
틈틈이 사진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담으셨더군요.
덕분에 제가 사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