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랑의 사진 이야기
엄마의 감자 본문
비오는 날 모처럼 분위기 잡고 다락방에 앉아
창밖 풍경 감상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000 씨댁 이죠?
네!
댁이 어디쯤 이시지요?
여기 용호리 어디매(?)쯤 이랍니다.ㅎㅎㅎ
아하~~
그럼 화사랑네 이시군요.
택배기사님과의 통화내용 이랍니다.ㅎㅎ
택배기사님들도 누구네 라고 하면 낯설어 하시다가 화사랑네 라고 하면
금방 찾아 오시는 집이 화사랑네 랍니다.ㅎㅎ
어제 모처럼 雨曜日 이라고 여유좀 부리고 있었습니다.
모처럼의 여유와 함께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감자와 마늘받고
찡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였지요.
저는 싹싹한 딸,친절한 딸이 아니랍니다.
며칠전에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요즘 바쁘냐?
날마다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엄마는 잘 지내고 계시죠?
마늘도 캐고 감자도 캤는데 ....
당신 입으로 들어가는 감자는 일년에 대여섯 알도 안되는데
기어코 올해도 감자를 심으신 이유는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으셨기 때문이었겠지요.
마늘 캐고, 감자 캤다고 말씀 하시는 뒤끝엔 한 번 다녀가라는 뜻을 품고 있었지요.
요즘은 산야초 효소거리 일이 덜 바쁘긴 한대
장거리 운전하고 가는일이 쉽지가 않네요.
그러니까 좀더 지나서 한번 갈께요.
나도 맛있는 음식 만들면 딸 생각 나서
언제 한번 다녀갈 시간도 없느냐고 묻지 않았던가?
나도 딸가진 엄마로서 친정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멀리 산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홀로 계신 엄마 찾아가는 일을 만날 뒤로 미루며 살고 있습니다.
다른 일은 뒤로 미룬다 해도 연로하신 엄마 찾아뵙는 일은 뒤로 미루어 둘일이 아니거늘
나는 참 못된 딸인것 같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도 아직 엄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친정엄마에게 싹싹하고 친절한 딸이 못되고 있음을 통탄하며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려는지 몰라도 후회없이 엄마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
택배기사님이 들고 오시는 모습을 뵈니 짐작으로도 상자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그 흔한 박스테잎도 없으셨는지 두꺼운 반창고를 붙이고
끈으로 꽁꽁 묶어서 보내신 엄마의 감자와 마늘이랍니다.
저도 시골에 살면서 농사의 노고를 천번 만번 이해할 수 있답니다.
팔순의 연세에 혼자 텃밭 농사를 짓고 계신 저희 친정 엄마는
아직도 당신이 농사의 달인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사시는 분이시랍니다.
그러기에 이젠 일손을 놓으시라고 자식들이 권고해도
여전히 손에서 호밋자루 놓아보신 적이 없으시답니다.
마늘과 감자가 넉넉히 담긴 박스엔 친정 엄마의 사랑도 가득 담겨 있었지요.
가득 보내셨는데도 적게 보냈으니 나중에 다니러 오면
그때 넉넉히 가져가라고 하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감자는 요리도 좋지만 파근파근한 분이 나오게 쪄먹는 감자의 맛이 최고이지요.
저는 그래도 힘들게 보내주신 엄마를 생각하며
감자전을 휘리릭 뚝딱 만들어 보았답니다.
감자전 재료
굵은감자 4개,중국부추 100g,양파1개.애호박200g짜리 한개,소금1/2TS
감자전은 감자를 강판에 슥슥 갈아서 부쳐야 감자의 식감이 느껴지는것 같더군요.
믹서기에 휘리릭 갈면 편하기는 하지만 맛은 뒤떨어 지는것 같더라구요.
강판에 갈면서 팔근육도 활용하면 운동이 되니 일석이조 이지요.ㅎㅎ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체에 바치면 국물이 밑으로 빠지고
나중엔 감자전분이 가라앉지요.
조선부추보다 굵은 이 부추는 중국부추 랍니다.
이웃에 사시는 성당 교우 할머니께서 몇뿌리 주셔서 저희집 텃밭에 심어 놓았는데
잡채에 넣기도 하고 부침개 할때도 넣는데 향기가 좋답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애호박이 아직 크게 자라지 않았는데
감자전에 넣기 위해 꼬마 호박을 따다가 채썰었습니다.
감자 갈아서 체에 바쳐 국물과 분리한 감자 건더기와 채썬 채소들과 혼합해서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감자 갈아서 체에 바쳐 놓으면 국물이 이렇게 많이 나오더군요.
국물은 버리고 밑에 가라않는 녹말은 감자 갈은것과 섞어서 반죽을 합니다.
마치 치즈를 연상하게 하는 감자전분을 감자 갈은것과 섞었습니다.
준비한 채소들과 감자 갈은것과 소금을 넣어 골고루 섞어 감자전 반죽을 완성시켰습니다.
감자를 금방 갈아서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채소들과 버무려 감자전을 부치면 싱싱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지요.
감자전은 저의 친정엄마도 좋아하시는데 조만간 친정에 가서
친정엄마표 감자 슥슥 갈아서 맛있게 부쳐드려야 겠어요.
친정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친정엄마표 감자전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를 이웃님들도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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