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랑의 사진 이야기
지난 가을 저희 부부의 추억이 담긴 밤묵 소개 합니다. 본문
지난해 가을 저희 부부는 다람쥐들과 부지런 선수 내기라도 하듯이
뒷동산 올라 다니며 밤을 주워 왔습니다.
대자연이 내어주는 산물들은 사람과 동물이 나누어 먹게 마련이지요.
서로 욕심 내지 않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면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 우리는 몹시도 행복 하였었네.
지난 가을 우리 부부는 다람쥐 사촌이 되었었네.
지난 가을 나는 벌레 먹은 밤 껍질 벗겨내고,
분쇄기에 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놓았네.
(얼렁뚱땅 즉석 시 지어 보았답니다.ㅎㅎㅎ)
지난 가을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지난 가을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다람쥐들과 작당하게 타협하며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날랐습니다.
밤을 주울땐 욕심을 앞세워 주우면 베낭 가득 밤이 채워져도 무리를 해서 더 줍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오직 자연에 베푸는 선물을 누린다는 마음과
줍는 즐거움을 누리면 적당한 선에서 주워 오게 되더군요.
화사랑네는 세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저희 내외와 아들이 함께 살지요.
세 식구가 먹겠다고 저 많은 밤을 주워 나른것은 아니랍니다.ㅎㅎ
저희는 겨울에 가끔씩 난롯불에 구워 먹기도 하지요.
그리고 나머지는 청정 화천의 기운을 나누어 드리기 위해
나눔을 하였답니다.
관리가 안되는 자생하는 밤을 주워 오면 벌레먹은 밤들이 참 많습니다.
애쓰고 주워온 밤인데 벌레 먹었다고 버리면 안되겠지요?
온전한 밤들은 구분해 물에 씻어 하루정도 말린다음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고
벌레먹은 밤은 껍질을 벗겨내 분쇄기에 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루로 밤묵을 쑤어볼 요량으로 가루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지요.
밤 가루 1 : 물 5 의 비율로 잘 섞어서 혼합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끓을때 까지 저어 주면서 묵을 쑤었습니다.
대략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무엇인가 개발해 첫 작품이 나올때 설레는 마음,기대하는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ㅎㅎ
저희집에 난롯불에 김치밥 만들어 먹는 도시락이 있답니다.
여기에 묵을 넣으면 알맞은 크기의 두께가 형성이 되어서 애용하는 그릇이랍니다.ㅎㅎ
처음 만들어 보는 설레임과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해 만들어 본 밤 묵인데 잘 쑤어 졌습니다.
그런데............
맛은 예상했던것 만큼 만족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워매!
"참으로 공을 들인 음식인데 기대치에 떨어지는 맛이구먼!" ㅎㅎㅎ
도토리 묵이나,고구마 묵,청포묵 등은 쫄깃한 식감이 있는데
밤묵의 식감은 두부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맛이 기대치에서 떨어진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겠지요?
모든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게 아니니까요?
밤묵에 담긴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며
조금 업그레이드 해서 밤묵을 먹어 보았답니다.
밤묵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재료중의 한가지가 호박씨 였습니다.
호박죽 쑤어 먹기 위해 호박에서 발려낸 호박씨는 말렸다가 껍질을 까냈습니다.
호박씨 2TS을 잘게 다졌습니다.
밤묵 업그레이드 1등공신은 호박씨
2등 공신은 명이나물 장아찌 였습니다.
밤묵 맛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맛에 품위를 입혀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처음엔 밤묵에 양념간장을 얹어 먹을 계획 이었는데 명이나물로 돌돌 말아서 업그레이드 시켜 보았습니다.
비록 기대치에서 떨어지는 맛이었지만
지난 가을 저희 부부의 추억이 담긴 묵이고, 뒷산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는 묵이니
조금 수고를 들여 먹어보니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쫄깃한 식감은 없었지만 구수함과 진한 가을향이 풍기는 밤묵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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